칼럼
김정수가 쓴 칼럼 「청년 일자리 위협하는 AI, '대체' 아닌 '증강'의 도구로 삼아야」가 2026년 9월 15일 경기일보 오피니언 「세상읽기」 코너에 실렸다. 필자 표기는 미드웨스트대학교 인공지능 교수다. 온라인판은 9월 15일에 나왔고 지면에는 9월 16일(수) 19면 오피니언에 「청년 일자리 위협하는 AI」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아래에 칼럼 내용을 그대로 옮긴다.
칼럼은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7월 고용동향에서 출발한다. 청년 취업자가 45개월 연속 줄었고 청년 실업률은 5년 6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는 4년 동안 사라진 청년 일자리의 94%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 몰려 있었다고 분석했다. 같은 업종에서 50대 고용은 오히려 늘었다. 칼럼은 그 원인을 AI 도입 자체가 아니라 AI를 쓰는 방식에서 찾는다. 신입이 맡던 일을 AI로 대체한 업종에서는 청년 고용이 급감했다. 업무를 보조하고 증강하는 방식으로 쓴 업종에서는 감소가 뚜렷하지 않았다. 그래서 기업에는 신입 직무의 재설계를, 정부에는 청년 채용과 사내 교육에 대한 지원을, 학계에는 실증 연구와 AI 정규 교육을 제안한다.
원문은 경기일보 기사 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다.

칼럼 전문
국가데이터처가 지난달 12일 발표한 ‘2026년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344만1천명으로 1년 전보다 19만1천명 줄며 4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청년 고용률 역시 44.2%로 1.6%포인트 낮아져 27개월 연속 하락했고, 청년 실업률은 6.8%로 1.3%포인트 오르며 5년6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취업자가 10만8천명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용 한파가 유독 청년층에 집중되고 있음을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경기 침체의 여파가 아니라, 노동시장 생태계 자체의 거대한 구조적 변화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일자리의 총량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에 첫발을 내디뎌야 할 청년들이 진입할 ‘신입사원 채용 공고’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즉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경력직만을 우대하면서 신입사원 채용 공고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청년 고용 위축이 인공지능(AI)의 확산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한국은행 조사국이 지난 8월 18일 발간한 ‘BOK 이슈노트: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변화하는 경력 사다리와 대응 과제’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4년간 사라진 청년 일자리 28만5천개 중 무려 94%에 달하는 26만8천개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 집중됐다. 정보서비스업, 출판업, 전문서비스업, 컴퓨터 프로그래밍업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같은 업종에서 업무 경험이 풍부한 50대 고용은 오히려 17만3천개 증가했다. 그 결과 전체 신규 채용에서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도 팬데믹 이전 평균 36.9%에서 최근 29.3%로 크게 하락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가. 생성형 AI가 자료 정리, 문서 초안 작성, 기초 데이터 분석, 단순 코딩 등 전통적으로 신입사원이 훈련을 겸해 맡아 온 업무들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경력자는 축적된 경험과 조직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AI의 결과물을 검증하고 활용하며 자신의 생산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기술의 진보가 초심자의 노동은 대체하고 숙련자의 역량은 증강하는 이른바 ‘연공편향적 기술 진보’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챗GPT 출시 이후 대졸 청년 실업률이 전문대졸 이하 청년보다 높아진 현상은 AI가 인지·분석 업무부터 파고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기존 인력의 고용은 유지한 채 신규 채용부터 줄이는 경직된 노동시장 관행이 더해져, 그 충격이 고스란히 사회 초년생에게 전가되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이 문제가 청년 개인의 취업난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입이 실무를 통해 일을 배우고 저연차가 중간 관리자로, 다시 조직의 핵심 인재로 성장하는 것이 건강한 기업의 ‘경력 사다리’인데, 이 첫 계단이 무너지면 10년 뒤 조직에는 AI의 결과물을 심도 있게 검증할 관리자도, 다음 세대의 혁신을 이끌 전문가도 남지 않게 된다. 당장의 신입 채용 축소가 단기적인 비용 절감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인적 자본의 고갈과 기업 가치 훼손이라는 무거운 청구서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해외 유수의 기업들은 이러한 잠재적 위험을 간파하고, 신입 직무를 AI 활용 직무로 재설계하며 오히려 신입 채용을 확대하는 역발상을 보여주고 있다.
해법의 실마리는 기업이 기술을 대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AI를 단순한 인력 대체 수단으로 활용한 업종에서는 청년 고용이 급감했지만, 근로자의 업무를 보조하고 증강하는 방식으로 활용한 업종에서는 고용 감소가 뚜렷하지 않았다. 결국 AI 도입 그 자체가 아니라, AI를 기업 내에서 어떻게 편입하고 활용하느냐가 청년 고용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첫째, 기업은 신입 직무를 단순히 소멸시킬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AI가 초안과 기초 데이터를 산출하면 신입이 이를 검증하고 개선하며 의사결정 역량을 키우는, ‘AI와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수련 과정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AI 인프라 투자에만 세제 혜택을 줄 것이 아니라, 청년 채용과 사내 교육 및 멘토링에 투자하는 기업도 강력히 지원해야 한다. 준비 중인 청년 첫 경력 지원 정책 역시 일회성 체험이 아닌 실질적인 인적 자본 축적의 기회가 되도록 정교하게 설계돼야 한다. 셋째, 학계는 AI가 고용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실증적으로 연구해 정교한 정책 대안을 뒷받침해야 한다. 대학은 이를 바탕으로 AI를 단순한 도구를 넘어 필수 정규 역량으로 가르쳐, 졸업생이 AI를 다룰 줄 아는 인재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도록 해야 한다.
AI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그러나 이 거대한 기술이 경력 사다리의 첫 계단을 허물도록 방치할 것인지, 아니면 더 견고한 새 계단을 놓는 지렛대로 삼을 것인지는 오롯이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오늘 신입을 뽑지 않는다면 10년 뒤 전문가 또한 없는 세상이 된다. 청년들의 첫 취업문을 다시 여는 일에 기업과 정부, 그리고 학계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원문은 2026년 9월 15일 자 경기일보 오피니언 「세상읽기」 기사 페이지에 있다. 9월 16일 자 19면 지면 원문을 PDF로 첨부한다: 경기일보-2026-09-16-19면.pd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