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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세상읽기」 칼럼 — AI 열풍과 닷컴 버블, 거품 논쟁보다 ‘청구서’의 행방을 물어야

2026년 10월 13일 경기일보 오피니언 「세상읽기」에 실린 김정수의 칼럼 전문이다. AI 열풍을 2000년 닷컴 버블과 견주어 닮은 점과 다른 점을 짚고, 거품이 꺼지면 최종 청구서가 누구에게 가는지 묻는다.

경기일보 2026년 10월 14일 자 19면 오피니언에 실린 김정수의 「세상읽기」 칼럼 지면과 19면 전체

칼럼

김정수가 쓴 칼럼 「AI 열풍과 닷컴 버블, 거품 논쟁보다 ‘청구서’의 행방을 물어야」가 2026년 10월 13일 경기일보 오피니언 「세상읽기」 코너에 실렸다. 필자 표기는 미드웨스트대학교 인공지능 교수다. 온라인판은 10월 13일에 나왔고 지면에는 10월 14일(수) 19면 오피니언에 「닷컴 버블·AI 열풍… 청구서의 행방은」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아래에 칼럼 내용을 그대로 옮긴다.

칼럼은 2000년 3월의 코스닥과 나스닥에서 출발한다. 26년이 지난 지금은 빅테크 네 곳의 AI 인프라 투자가 약 7천억달러에 이르고 엔비디아 시가총액이 5조달러를 넘어섰다. 칼럼은 거품이냐 아니냐는 논쟁을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으로 본다. 거품은 꺼진 뒤에야 거품이라 불리기 때문이다. 대신 세 가지를 묻는다. 그때와 닮은 점은 벤더 파이낸싱을 닮은 순환 투자다. 다른 점은 영업이익으로 짓는 데이터센터와 몇 년이면 구형이 되는 GPU다. 그리고 거품이 꺼지면 청구서를 누가 받는가다. 성장률이 AI 사이클 위에 얹혀 있는 한국에서는 정부와 반도체 기업과 지역이 각각 대비할 일이 있다고 제안한다.

원문은 경기일보 기사 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다.

칼럼 주제를 그린 연출 이미지. 데이터센터 서버 랙 사이의 책상 위에 1990년대풍 CRT 모니터와 키보드가 놓여 있다. 실제 장소를 찍은 사진은 아니다
칼럼 주제를 그린 연출 이미지. 데이터센터 서버 랙 사이의 책상 위에 1990년대풍 CRT 모니터와 키보드가 놓여 있다. 실제 장소를 찍은 사진은 아니다

칼럼 전문

2000년 봄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해 3월의 풍경을 잊기 어렵다. 증권사와 PC방에는 사람이 몰렸고, 인터넷이라는 말만 붙으면 주가가 올랐다. 코스닥 지수는 그해 3월10일 2천834(현행 기준)로 정점을 찍었고, 매출이 수십억원에 불과하던 새롬기술의 시가총액이 현대자동차를 앞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해 연말 지수는 525까지 떨어져 아홉 달 만에 8할이 사라져 버렸고, 미국 나스닥도 5천48에서 2002년 10월 1천114까지 78% 급락하며 시가총액 5조달러가 증발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같은 장면이 훨씬 큰 규모로 펼쳐지고 있다. 아마존·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의 올해 AI 인프라 투자는 약 7천억달러로 전년보다 70%가량 늘었다. 2000년에 시스코가 시가총액 5천억달러로 세계 1위에 올랐다면 지난해에는 엔비디아가 5조달러를 넘어섰다. 그때나 지금이나 돈을 버는 쪽은 곡괭이와 삽을 파는 회사이고, 한국은 그 삽자루를 만드는 나라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성장률을 2.6%로 0.7%포인트나 올려 잡은 근거도 결국 반도체 수출 하나다. 자연스럽게 AI 열풍이 거품이냐 아니냐는 논쟁이 다시 붙었다. 그러나 이것은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이다. 거품은 언제나 꺼진 뒤에야 거품이었다고 불린다. 물어야 할 것은 그때와 무엇이 닮았고,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꺼진다면 최종 청구서가 누구에게 가는가다.

닷컴 버블 때와 닮은 점을 살펴보면, 2000년 통신장비 업체 루슨트와 노텔은 장비를 사 줄 신생 통신사에 돈까지 빌려주며 자기 장비를 팔았다. 이른바 벤더 파이낸싱이다. 장부에는 매출이 찍혔지만 그 돈은 애초에 자기 주머니에서 나간 돈이었다. 통신사들이 줄줄이 쓰러지자, 루슨트 주가는 1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가을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최대 1천억달러를 투자하고 오픈AI는 그 돈으로 엔비디아 칩을 산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25년 전 장면을 데자뷔로 보는 듯했다. 투자가 매출이 되고 그 매출이 다시 투자의 근거가 되는 순환 구조다. 이런 구조에서 매출 숫자는 최종 수요의 증거가 아니다. 반도체를 수출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특히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다른 점을 살펴보면, 돈의 출처가 다르다. 2000년의 거품은 매출 없는 회사를 ‘방문자 수’로 상장시켜 개인 투자자의 돈으로 부풀린 거품이었다. 당시 상장한 인터넷 기업 상당수는 광고 매출조차 변변치 않았다. 지금 투자를 주도하는 빅테크는 영업이익으로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그래서 이번 거품이 꺼진다면 회사가 사라지는 형태가 아니라 과잉 설비의 감가상각이 이익을 갉아먹는 형태로, 개인 투자자보다 사모 신용과 회사채 시장을 먼저 때리는 형태로 올 가능성이 크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최근 미국 AI 투자의 자금 조달이 지속 가능한지를 역사적 사례와 비교한 보고서를 낸 것도 같은 문제의식이다.

거품이 남기는 것도 다르다. 닷컴 버블은 광케이블을 남겼다. 깔아 놓은 광섬유 대부분은 불도 켜 보지 못한 채 땅에 묻혔지만, 케이블은 썩지 않았고, 그 헐값의 회선 위에서 유튜브와 넷플릭스 서비스가 자라났다. 거품의 잔해가 다음 세대의 밑천이 된 것이다. 이번 거품이 남길 것은 GPU다. 3~5년이면 구형이 되는 장비다. 발전소와 건물은 남겠지만 수천억달러어치의 칩은 남지 않기 때문에 사후 수습이 훨씬 어려운 거품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무엇보다도 청구서를 받게 될 사람이 다르다. 2000년 당시와 다르게 지금은 성장률 자체가 AI 사이클 위에 얹혀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AI 사이클이 둔화하면 지금의 완충력도 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이 호황이 특정 기업에 한정될 뿐 사회 전반으로 퍼지지 않는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반도체 수출과 AI 인프라 투자가 경기를 끌어올렸지만, 상반기 실질임금 상승률은 0.3%에 그쳤고, 소비는 오히려 줄었다고 진단했다. 온기가 퍼지기도 전에 수출이 꺾이면 남는 것은 차가운 내수 시장뿐이다. 특히 경기도(용인·평택·이천·화성)의 반도체 벨트, 반도체 호황으로 집값이 뛰어 규제 지역으로 묶인 동탄과 기흥, 지방세수까지 몇몇 기업의 사이클에 달린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나. 첫째, 정부는 성장률 상향에 도취하지 말고, ‘AI 투자가 꺾이는 해’를 재정·산업 계획의 기본 시나리오에 넣어야 한다. 호황기의 초과 세수는 다음 사이클의 완충재로 쌓아 둘 돈이다. 둘째, 반도체 기업은 고객의 주문서가 아니라 최종 수요를 봐야 한다. 2000년 장비 업체들은 통신사 주문서만 믿고 설비를 늘렸다가 주문서와 함께 무너졌다. AI 서비스가 실제로 돈을 버는지, 그 매출이 순환 투자로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따지는 일은 이제 반도체 회사의 재무 업무다. 셋째, 지역과 개인은 호황의 열매를 나눠 갖되 사이클과 함께 무너질 구조는 피해야 한다. 집값과 지방재정을 한 산업의 투자 계획에 통째로 걸어 두는 것은 2000년 코스닥 주식에 퇴직금을 모두 넣던 것과 다르지 않다.

닷컴 버블이 꺼진 뒤에도 사람들은 메일을 쓰고 카페에 모였다. 거품과 함께 사라진 것은 인터넷이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이름만 붙이면 팔리던 주식이었다. 그 시절을 넘긴 회사들은 거품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를 가진 회사들이었다. AI도 마찬가지다. 어느 시점이 되면 기술은 남고 거품이 걷힐 것이다. 거품이 거품이었는지는 그때 가서야 알 수 있지만, 마지막 청구서가 누구에게 갈지는 지금도 알 수 있다. 닷컴 버블 때에는 그 청구서를 개인이 받았지만, 이번에는 나라 경제가 마지막 청구서를 받을 수 있다. 호황이 식기 전에 청구서가 누구에게 가는지 따져 보고, 그로 인해 생길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할 때다.


원문은 2026년 10월 13일 자 경기일보 오피니언 「세상읽기」 기사 페이지에 있다. 10월 14일 자 19면 지면 원문을 PDF로 첨부한다: 경기일보-2026-10-14-19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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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2026-10-14-19면.pdfPDF · 772KB

POSTED 2026.10.13